문화생활/독서

[독서 리뷰] 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 2025

소소한조니 2025. 7. 3. 00:00



지난 5월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화제의 베스트셀러, 황석희 번역가의 <오역하는 말들>을 읽었다. 교보문고에서 운영하는 리드로그 어플의 같이읽기챌린지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마침 교보전자도서관 어플에 전자책이 올라와있어서 무료로 잘 보았다.



책을 펼친 건 시작한 건 6월 초였는데 출근길에만 짧게 짧게 읽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서 어제에서야 완독을 했다. 전자책이어서 대출기간이 끝나도 바로 대출이 가능해서 좋았다.

황석희 번역가는 영화 <데드풀>의 번역가로만 알고 있던 분인데 책 제목도 흥미로웠고, 요즘 내가 텍스트를 만드는 업무를 하고 있어서 글을 다루는 전문가의 관점이나 생각들이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번역가로서의 삶,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또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생활인으로서 일상을 번역해 내는 발견과 통찰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낯설고 신기한 단어를 여럿 알게 되어 재미있기도 했다. 예를 들면 ‘불콰하다’, ‘칙살맞다’와 같은. 기억할 겸 단어의 뜻도 남겨본다.

불콰하다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하다.

칙살맞다
하는 짓이나 말 따위가 얄밉게 잘고 더럽다.



알고 보니 저자는 영화 번역으로 갑자기 뜬 게 아니라 다큐멘터리나 외국 버라이어티 쇼 등등 엄청난 작업량들을 소화해 오며 무명이라면 무명인 긴 세월을 거쳐왔고 점차 두각을 보인 분이었다.

책에서 뮤지컬 <틱, 틱... 붐!>을 번역했던 에피소드를 보고 관심이 생겨서 넷플릭스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역시 작업했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드라마 <파친코>의 직역된 대사를 너무나 찰떡으로 교정했던 에피소드도 재밌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 술술 읽혔던 <오역하는 말들>. 인상 깊었던 문장들도 굉장히 많았는데 천천히 추가해 보아야겠다.


#
자막을 20년 써 왔으니 나는 글말이 아니라 입말을 쓰는 번역을 20년간 해 온 셈이다. 그래서 내 글은 텍스트의 형태임에도 글말보다 입말에 가깝다. 조사나 어미의 연결과 흐름에 집중하는 입말, 아마 그래서 잘 읽힌다는 말을 듣는 걸 거다. 그걸 책을 내고서야 알았다. 그게 내 글의 강점이기도 하고 관점에 따라선 약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쓱 읽히는 글은 잠시 멈춰 숙고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런 요소는 때에 따라 독자 경험에 해가 되기도 한다.

아직은 초보 작가라 한참을 더 써야 답이 나오겠지만 지금은 이게 내 글이다. 영화 번역가로서 지금껏 입말과 깊게 동거해 온 나의 글. 만약 ‘깊이’라는 것이 정말 실재한다면 나의 깊이는 그 오랜 동거 경험 속 어딘가에 있을 거다.
p.84


#
앞으로 좋은 일이 정말 많을 거라고. 가시밭길보다 꽃길이 길 거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때때로 소소하게, 때론 크게 행복하고 좋은 날들을 마주하게 될 거다. 굳이 굳이 아끼던 위로들을 더는 아끼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그 말이 필요한 이들에게 해 주기로 했다. 괜찮을 거야. 다 잘될 거야.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
p.258


#
“아직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그저 온기를 나누고 온기를 느끼는 법을 잠시 잊은 것뿐이야. 조금만 더 믿어 봐.”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