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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엔젤 하트 / Angel Heart, 1987 / 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 스포 주의

소소한조니 2022. 8. 22. 21:12


[이 글은 초대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스포주의!!!!]

 

 

 

엔젤 하트

Angel Heart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0429

 

엔젤 하트

1955년, 어느 날 ‘사이퍼’라는 사람으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은 뉴욕 사립 탐정 ‘해리 엔젤’.세계2차...

movie.naver.com

 

 

알란 파커 감독의 1987년 영화 <엔젤 하트>가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8월 25일 재개봉한다. 감사하게도 컬처블룸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시사회를 아주 잘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서는 89년도에 개봉했었다는데 그 당시 이런 스토리의 오컬트 영화가 나왔다니 정말 놀랍다. 나는 너무 고어하고 잔인한 것만 아니면 평소에 공포, 스릴러, 오컬트 장르의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라서 기대감을 가지고 관람했다.

 

 

포스터만 봐도 딱 로버트 드 니로가 악마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그런데 악마치고는 너무나 신사다운 태도여서 악마는 아닌가 살짝 헷갈리기도 했다. 첫 등장부터 매우 거슬렸던 것이 그의 손톱!!!! 손톱이 너무 긴데 하얗고 깔끔해서 약간 킹받는 부분. 볼 때마다 아주 기분이 이상하고 기묘했다. 촬영 당시 로버트 드 니로가 44세였다는데 새삼 젊어보이고, 또렷한 눈빛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영화의 주인공, 해리를 연기한 미키 루크. 나는 미키 루크를 <아이언맨2>의 빌런으로 알게 되었었는데, 후에 <나인 하프 위크>의 꽃미남으로 나온 걸 보고 굉장히 충격받았다. <엔젤 하트>에서 미키 루크는 35세였는데 그 당시의 미모가 보였지만, 내가 느끼기엔 존잘의 느낌은 아니고 덩치있는 혈기 넘치는 미국 남자였다.. 담배에 붙일 성냥불을 아무데나 그어대는 성격,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걸음걸이. 해리는 끼 부림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는 옴므 파탈 느낌인데, 만나는 여성마다 가볍게 작업을 건다. 그런데 여성들은 또 거기에 매력을 느끼는 듯 보인다ㅋㅋ 철없는 젊은이처럼 설렁설렁 웃던 양반이 마지막에 창백하게 사색이 되는 걸 보니 좀 안쓰럽기도 했다. 미키 루크의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1950년대 미국의 풍경도 흥미롭고 해리의 흠뻑 젖은 자켓이나 셔츠, 땀에 젖은 얼굴을 보다 보면 영화 속의 온도, 습도나 냄새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서 재미있기도 했다.

 

환혼술을 쓴다는 점에서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사실 이 '환혼'이 좀 헷갈렸다. 시간 순서대로 내가 파악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자니 페이버릿이 사이퍼(루시퍼)와 계약을 함.

-자니가 유명한 가수가 되고 부를 얻게 되자 루시퍼를 속이려고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젊은이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함.

-타임스퀘어에서 해리 엔젤을 환혼대상으로 삼아서 의식을 거행함.

-해리 엔젤의 몸에 자니의 영혼이 들어감. (심장을 꺼내 먹어서 해리의 몸은 이미 훼손된 상태인데 어떻게 해리의 얼굴과 몸을 다시 갖게 된 건지? 의식으로써 그렇게 된 걸까?)

-갑자기 징집되어서 의식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에 투입됨.

-전쟁에서 얼굴과 몸을 다치고 돌아와 병원에 입원함. 본인이 자니라는 인식이 없고 기억을 잃은 상태.

-그의 연인 마가렛 크루즈마크는 그의 기억을 깨워주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그를 데리고 타임스퀘어로 감.

-해리(자니)가 타임스퀘어에서 사라짐.

-이후 해리는 자니로서의 기억을 완전히 잃고 사립 탐정으로 살아가다가 의뢰인 사이퍼(루시퍼)를 만나게 됨.

 

마가렛이나 자니 주변 인물들이 해리를 보고 자니인 걸 몰랐던 이유는 '전쟁에서 얼굴을 다치고 돌아와 성형수술?을 해서 원래 군인 해리 엔젤의 얼굴도 아닌 제3의 얼굴이 되어서' 그런 걸까?

 

그리고 그놈의 환풍기가 처음부터 계속 나온다. 끽끽거리는 소리가 굉장히 거슬렸다. 이것도 뭔가 은유일 것이라 짐작은 했는데 블로그 리뷰를 찾아보니, 해리(자니)의 살인에 대한 은유라고도 하고 살인 후에 환기를 위해 평소엔 작동시켜두지 않던 환풍기를 돌린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에피파니 프라우드풋과 해리(자니)의 관계성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찾아보니 박찬욱 감독이 오마주한 것이라고 한다. 정사신이 그 당시 영화로서는 정말 강렬하고 잔혹한 분위기였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 삭제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가렛 크루즈마크를 연기한 샬롯 램플링! 나는 이 배우가 여기 출연한다는 걸 모르고 보았는데 젊은 시절의 얼굴이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40대 초반의 샬롯 램플링은 이런 분위기였구나. 너무나 매력적!!!! 내가 봤던 이 분의 영화는 베네데타, 듄, 레드 스패로, 리스본행 야간열차. 주로 최근작들이 많은데 샬롯 램플링의 예전 영화들도 한번 보고 싶다!  

 

 

엔딩 크레딧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영화 중간 중간 해리의 꿈 같은 회상 또는 환상 장면에서 나오던 그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계속 하강하는 거대한 철제 엘리베이터에 탄 해리를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마치 영원한 지옥으로 계속 떨어지는 해리를 보여주는 것 같아 소름끼치고 무서운 장면이었다. 마지막에 '자니'를 부르는 낮은 음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