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클래식 / 2025년 4월 6일
클로드 아실 드뷔시 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 프랑스, 인상주의)
교향모음곡 ‘봄’, 작품번호 61, 1887년 작곡/1912년 오케스트라 편곡
Symphonic Suite 'Printemps', L. 61, CD 68
I. Très modéré 매우 절제된 속도로
II. Modéré - Animé 절제된 - 생기 있는
요즘 읽고 있는 송은혜 작가님의 <음악의 언어>에서 처음 알게 된 드뷔시의 교향모음곡 '봄'. 드뷔시라고 하면 나에겐 달빛이나 기쁨의 섬으로 각인되어 있는데 교향모음곡이라는 장르를 작곡했다는 건 처음 들어서 정말 새로웠다. 드뷔시의 초기작으로 인상주의 양식을 형성하기 직전의 작품.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 인상주의의 느낌도 있다. 1950년대 고전 영화에서 들어본 듯한 그런 아름다운 음악.
당시 이 곡은 예술아카데미로부터 음악적 색채와 감정만 과장하다가 형식의 중요성을 완전히 잊어버렸다며 호되게 비판받았다고 하는데, 글쎄? 그 정도로 무너진 형식으로 들리진 않는다. 물론 난 전문가는 아니지만ㅎㅎ 봄의 화사한 색채가 잘 담긴 음악으로 느껴진다. 유튜브로 찾아봐도 실황영상이 별로 없는 것이, 공연장에서 흔하게 연주되는 곡이 아닌 듯한데 언젠가 실연으로 들을 날이 있길 기대해 본다.
드뷔시가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봄>을 듣고 전통에서 벗어났다며 비판하는 평단에게 드뷔시는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자연의 봄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대신 우리 인생의 봄을 들려줍니다. 느리고 허약한 존재들,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개화하여 재생산에 이르는 눈부신 축제와 같은 즐거운 봄을 이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봄'이라 하면 습관처럼 떠올리는 이미지가 아닌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작곡가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작곡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봄>에서 드뷔시는 악기들이 자신의 고유한 음색을 펼칠 기회를 주었다. 예컨대 현악 파트를 더욱 잘게 나누어 여러 그룹이 연주하게 하거나, 다양한 타악기를 도입해 무지갯빛이 퍼지는 듯한 색채를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소한 화성을 세밀하게 재창조했다. 이 외에도 익숙한 장조와 단조 조성이 아닌 이국적인 5음 음계(펜타토닉)나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음악사 초기의 교회선법에 기초한 음계를 쓰는 등 진부한 음악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익숙한 대상을 낯선 방식으로 표현해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했던 드뷔시의 노력은 당시 인상파 화가나 시인의 작업과 닮아 있다.
(출처: 송은혜,《음악의 언어》, 시간의흐름, 2021, p.13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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