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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세버그 / SEBERG, 2019 (스포주의)

소소한조니 2021. 11. 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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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버그

1960년대, 할리우드와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배우이자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아이콘 진 세버그(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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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버그
SEBERG

영화 <세버그> 시사회에 다녀왔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나온 영화들을 인상적으로 봤던 터라 신작이 나와서 매우 반가웠다.
(내가 좋아한 그녀의 영화들 -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스틸 앨리스,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퍼스널 쇼퍼ㅎㅎ)

영화는 1968년을 배경으로 시작했다. 그 시대의 아이콘이자, 배우, 또 인권운동에 관심이 많은 '진 세버그'라는 여성이 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할리우드는 물론 프랑스를 오가며 그 당시 촉망받는 배우로 나오는 설정 자체가 너무나 납득이 됐고, 또 60년대 패션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다. 눈빛이나 침착하고 차분한 톤이 참 좋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만 접하고 관람했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픽션인지 궁금했다. 진 세버그는 인권 운동에 대한 순수한 관심으로 흑표당에 후원도 하고 여러 활동을 펼치려고 하지만 FBI에서는 그녀의 삶과 일상을 샅샅이 도청하고 뒤를 쫓고 사찰한다. 지금이라면 범죄인 가택침입도 수시로 저지른다. 정말 끔찍했다.

다만, 내가 좀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은.. 진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흑인 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데, 그 시작점에 흑인 인권운동가 '하킴 자말'과의 만남과 하룻밤, 불륜이 있었다는 거. 각자 가정도 있고 아이도 있는 두 사람이 그런 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대외적으로는 정의와 인권을 외친다는 게 납득이 잘 안 가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하킴이 아내와 운영하는 교육센터에 진이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리는 모습이 몹시 불편... 이건 하킴의 아내를 기만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회적인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어떤 인물의 업적이 분명히 있더라도 그 인물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면 그 업적도 같이 폄하되는 게 옳은가, 아닌가.. 계속 생각해보게 됐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진 세버그에 대해 검색해보는데 인권운동가와의 불륜 같은 그런 내용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녀의 임신을 가지고 언론플레이 장난질을 한 건 맞는 것 같다. 부적절한 관계가 과연 실제로도 있었는지 아닌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이 만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던 그 당시에 심지어 불륜관계임이 세상에 알려진 그 상황은 진 세버그가 견뎌내기 정말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더더욱 비난받고 욕을 먹었겠지.

그렇지만 분명한 건 FBI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놨다는 거다. 그녀가 인생 전부를 국가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감시받고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거짓기사로 명예를 훼손당하고 유산까지 하게 만든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마땅하건만,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던 젊은 배우를 망가뜨려버린 국가권력이 원망스럽고 안타까웠다. 영화 전반에서 진은 계속 고통받고 괴로워하는데 보는 입장에서도 감정적으로 좀 힘들었다.


몇 부분은 맘에 들지 않긴 해도, 진 세버그라는 사람을 기억할 수 있게끔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게 의미있는 것 같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 2019년에 제작됐던 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선 이제 개봉을 했다.
+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노출이 생각보다 많다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좀 불필요한 부분도 많아보였음.
+ 뜬금없이 떠오르는 게 안소니 마키의 호피무늬 파자마. 특히 짧은 반바지.. 보면서 와 저건 뭐지 경악했음ㅋㅋ
+ 영화 끝나고 크레딧으로 실제 그 이후의 진 세버그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 기억나진 않는데 할리우드 영화에 절대 참여하지 않았다는 게 인상적이었음.


[이 글은 초대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